소나무
한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을 법한 이름을 가진 이 집은 간판 역시 특이하지 않았다. 단출하게 ‘소나무’만 적은 본새를 보면 흔한 백반집 같기도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평범한 인상이 말끔히 사라졌다. 테이블 앞에 놓인 커다란 나무 도마와 그 옆에 놓인 거대한 갈비짝은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 이 집에서 내놓는 갈비살은 손질하기 전 갈빗대가 다 붙은 짝갈비에서 정형한 것으로 갈빗살 외에 살치, 늑간 등 다양한 부위가 섞여 있었다.
목장갑을 낀 주인장이 숯불을 테이블에 넣어주고 동물적인 순수한 탐욕이 시작됐다. 섭씨 250도를 넘나드는 숯불의 열기가 얼굴에서도 느껴졌다. 고기는 숯불에 올려놓자마자 흰 연기를 내며 빠르게 익었다. 한 점 입에 넣으니 갈빗살에 낀 기름기가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고소했다.
먹는 순서로 보자면 소금구이를 먼저 먹고 양념구이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나물 무치듯이 즉석에서 간장 양념을 살짝 발라 내어주는 양념구이는 저절로 흰밥을 부르는 맛이었다. 2인당 하나씩 서비스로 내주는 선지해장국은 이 집을 찾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큼지막하게 잘라 넣은 무와 아낌없이 넣은 콩나물이 어우러져 따로 돈 내고 먹어도 아깝지 않을 명쾌한 국물이 탄생했다.
#소나무: 한우소갈비살 2만1000원(100g), 된장찌개 5000원, (0507)1408-0154
노란상 소갈비
강남구청역으로 가면 저녁 시간마다 줄을 세우는 ‘노란상소갈비’가 있다. 말 그대로 테이블 상판이 노란색인 이 집은 앞에만 가도 고기 굽는 냄새가 잔칫집처럼 진하게 풍겨왔다. 그 안에 앉은 손님들은 어린이날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고기가 앞에 놓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호 그대로 갈비를 전문으로 한다. 특색이라면 단가가 나가는 한우는 신선한 육회 위주로 쓰고 구이로 나가는 갈비는 미국산을 쓴다는 점이었다.
자리를 잡자마자 시켜야 할 메뉴는 하루 판매 개수가 정해져 있는 ‘생갈비’다. 이 집의 가장 비싼 메뉴이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비교일 뿐, 절대적인 가격은 납득을 넘어 ‘이 값이 가능해?’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상에 올라온 갈비의 밝은 선홍빛이 그림책에 나오는 이미지컷 같았다.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얇게 저며서 낸 고기는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한 번씩 가볍게 뒤집어 자르면 먹을 준비가 이미 끝났다. 구운 갈비살은 인간의 오욕칠정(五慾七情) 중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기쁨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LA생갈비는 LA갈비 모양으로 정형했지만 그 두께가 아예 달랐다. 두껍게 잘라 숯불 위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익히니 얇은 두께에서 나올 수 없는 맛이 밀도 있게 느껴졌다. 이 집은 양념갈비도 짙은 간장 양념에 절인 ‘이동갈비’와 은은한 단맛이 묻어나는 ‘정갈비’ 두 종류가 있다. 그중 특히 정갈비는 맛이 깔끔하고 단정하게 떨어져 봄바람을 맞은 것 같은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노란상소갈비: 생갈비 2만5000원(220g), LA생갈비 2만3000원(230g), 정갈비 2만3000원(250g). (02)543-9290(강남직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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